송수권- '적막한 바닷가' 전문
 
박상건(시인.본지주간)
더러는 비워 놓고 살 일이다.
하루에 한 번씩
저 뻘밭이 갯물을 비우듯이
더러는 그리워하며 살 일이다.
하루에 한 번씩
저 뻘밭이 밀물을 쳐 보내듯이
갈밭머리 해 어스름녘
마른 물꼬를 치려는지 돌아갈 줄 모르는
한 마리 해오라기처럼
먼 산 바래서서
아, 우리들의 적막한 마음도
그리움으로 빛날 때까지는
또는 바삐바삐 서녁 하늘을 깨워가는
갈바람소리에
우리 으스러지도록 온몸을 태우며
마지막 이 바닷가에서
캄캄하게 저물 일이다.

송수권- ‘적막한 바닷가' 전문

상록수 교사였던 송수권 시인은 어느 날 제주 바다로 훌쩍 떠났다. 한 삼 년 서귀포 바닷가에서 시를 쓰던 시인은 다시 변산반도 뻘밭을 짓이기며 전업시인의 길을 걸었다. “바삐바삐 서녁 하늘을 깨워가는/갈바람소리에" “온몸을 태우며" 마지막 여생을 순천 갈대밭과 섬진강을 오가며 자연에 젖어 시 쓰기를 하고 있다. 우리네 삶도 매한가지이거늘 만사 아웅다웅이다. “더러는 비워 놓고 살 일이다./하루에 한 번씩/저 뻘밭이 갯물을 비우듯이"말이다.

기사입력: 2003/07/30 [13:18]  최종편집: ⓒ ccnweekly
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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